서비스 개발

[퇴사한 CTO가 혼자 개발하는 실체적 업무 일지] #1. 제품 기획

JOS WORKS 2026. 6. 30. 11:5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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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I로 개발을 한다는 건, 개발의 무게감을 줄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. 무게가 줄어드니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. 그런데 가벼워진 만큼 쉽게 포기할 수도 있다.

10년 넘게 개발과 제품 운영을 하다 보니, 잘 안되는 제품이 따로 있다기보단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기로만 있다는 걸 알게 됐다.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. 가볍게 시작하고 가볍게 접는 판단이 반복되면, 결국 의지만 있고 아무것도 끝맺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.

돌이켜보면 할 일이 넘치고 미션이 넘쳤던 직장에서는 쉽게 시작해도 늘 뭔가를 발전시켰다. 마일스톤이 명확했기 때문인 것 같다. 다음에 도달해야 할 지점이 보이니, 시작한 걸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.

혼자서는 정말 쉽지 않았다. 뭘 만들지부터가 막막했다. 클로드나 코덱스 같은 거대한 서비스에 그저 한 줄, "~~~ 만들어줘"라고 던지면 목업 수준의 서비스가 뚝딱 만들어진다. 이 과정에 하네스니, 가드레일이니,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니 하는 테크닉은 없었다. 그저 한 줄이었다. 10만 원 안짝의 비용과 커피 한 잔 값으로, 너무 쉽고 바로 결과를 볼 수 있는 멋진 환경이 내게 있었던 것이다.

하지만 그 짓을 한 달 동안 했다.

 

한 달 동안 아이디어를 내보고, 한 줄 명령어를 던져보고. 그렇게 만들어진 쓰레기 제품이 열 개를 넘어갔다. 스크린샷 자동 분류기, 자산관리 앱, 그 외 등등. 아무것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.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. 쉬고 있자니 시간 가는 게 돈처럼 아까웠고, 도태되는 것 같아 조바심도 들었다.

 

 

 

지금 와서 보면, 문제는 도구가 아니었다. 설계가 없었던 것이다. 한 줄 던져서 나온 결과물에는 원리도, 구조도 없었다. 그러니 무너지는 게 당연했다.

 


 

나는 드라마와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. 배우나 명대사를 줄줄 욀 정도의 딥다이브형은 아니지만, 여가 시간에 하는 일이라곤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것, 그것도 한번 보면 열 번 이상은 꼭 다시 보는 헤비 유저다. 이런 걸 보면 아마 이야기의 서사, 관계의 발전에 흥미를 크게 느끼는 사람인 것 같다.

그러던 중 유튜브에서 스토리 설계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됐고, 정말 놀랐다. 스토리 설계를 설명하면서 내가 이미 아는 영화나 드라마, 심지어 만화책을 예로 드는데, 내가 기억하는 내용보다 더 재미있었던 것이다. 내용이 바뀌거나 과장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.

그제야 알았다. 스토리의 서사, 내러티브는 철저한 설계를 통해 구축된다는 것을. 정말 새로웠다. 우리는 보통 "이야기를 지어낸다"고 말한다. 지어낸다는 건 창작의 일종이다. 하지만 설계는 창작보단 공학에 가깝다. 원리와 원칙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. 이 둘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라, 이야기를 설계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.

정말 재미있게 본 유튜브

 

 

그리고 이 설계라는 개념이 요즘의 AI와 굉장히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.  잘 짜인 이야기에는 서사에 역설이나 모순이 없다. 필수 서사는 반드시 인과를 독자와 시청자에게 보여준다. 하지만 장편이 되고 인간의 심리를 복잡하게 표현해야 하는 순간, 이 서사와 관계를 작가가 쫀쫀하게 유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. 결국 내 쓰레기 제품 열 개를 무너뜨린 것과 같은 문제다. 설계 없이 한 줄로 던진 결과물처럼, 설계 없이 지어낸 이야기도 똑같이 무너진다.

 


 

 

그래서 이걸 도와주는 서비스가 뭐가 있지? 하고 찾아봤을 때 없었다. 있어도 다 초기 단계였다. 해볼 만해 보였다.

물론 이건 돈을 벌 목적의 프로젝트가 아니다. 돈이 목적이었다면 애초에 서비스를 만들지 않고, 솔루션을 만들어 납품하는 세일즈 전략을 짰을 것이다. 이건 내 개인적인 푼돈 프로젝트이자, 지적 호기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니까.

그러니 마켓 사이즈가 크지 않다는 것도 알면서 시작한다. 작가의 수는 한정적이라 소비가 어려운 환경이다. 되려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봐야 할까. 이 업계의 주 소비층은 작가가 아니라 시청자와 독자다. 그런 점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, 뭐 괜찮다.

"스토리는 공학이다. 설계와 최적화를 통한 스토리의 완성."

이 비전을 두고, '스토리 엔진'을 시작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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